눈물범벅 프로포즈를 주고받기는 했지만 두 사람은 이미 5년 전부터 법적으로 부부였고, 때문에 공식적으로 두 번째 프로포즈인 셈이었다. 하지만 5년 전에는 그럴만한 여유도, 돈도, 시간도 없어서 결혼한 부부가 응당 해야 할 것들을 하나도 하지 못했다. 식도 올리지 않았고, 신혼여행도 가지 않았으니까. 눈물범벅 프로포즈를 주고받고, 한참을 꽉 끌어안고 울다...
소리 없이 달린 마차가 끼익, 소리를 내며 멈추었다. 검소한 로프 차림의 디어노레인과 호시가 마차에서 내려 백작저의 정문 앞에 섰다. 무척이나 고요한 분위기와 낡은 건물이 가세가 기울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어서 오십시오, 비비안 백작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성함과 가문을 밝혀주시겠습니까?” 딩동-! 초인종을 누르자 빼빼마른 시종이 나와 문을 열어...
“율리안!!” 복도가 쩌렁쩌렁 울렸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황제가 성큼성큼 걸어와서는 황녀의 방을 벌컥 열어재꼈다. “꺄악! 아바마마?” 놀란 황녀가 립스틱이 번진 채로 뒤돌아보았다. 한창 꽃단장 중이었던 모양인지 장신구가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율리안! 너..! 어째서 아직도 준비가 끝나지가 않은 게야?! 파티의 주인공이 늦으면 되겠느냐? 귀족들...
“으음...조금만 쉴까.” 늦은 밤. 심지가 거의 다 타들어간 초를 치위낸 디어노레인이 기지개를 켰다. 몇 시간 동안이나 책상에 앉아있었더니 몸이 찌뿌둥했다. “결계는 이상 없군. 다행이다. 올해도 잘 넘길 수 있겠어..” 창문 너머로 본 헤스턴 성은, 고요하고 평온한 광경이었다. 헤스턴의 사람들은 3개월의 짧은 블리자드 시즌 동안 결계를 통해 보호 받고,...
아침부터 성내가 조금 소란스러웠다. 산책로를 거닐던 리리아는 성의 중앙에 못 보던 사람과 서 있는 디어노레인을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공작님..? 그리고..누구지?” 멀어서 대화 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본격적인 블리자드가 시작될 시기라 성 전체를 감싸는 결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아..” 그때였다. 녹색의 머리카락...
*실제 콘서트의 진행 순서 및 절차와는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작중 허용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회차 특성상 외부콘텐츠(노래 파일)이 많이 삽입되었음을 알립니다. 겨울의 끝. 2월 말. 아직 쌀쌀한 그날에 가수 호시의 하루뿐인 콘서트가 개최되었다. 장소는 올림픽 체조경기장으로 한번에 1만 4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었다. 콘서트 시간은 오후 5시부...
북부의 아침은 빨리 온다. 온통 하얗기 때문일까 해가 나기 시작하면 금세 훅 밝아지기 때문이다. 이른 새벽, 하얀 설원이 햇빛을 반사하고, 빛이 창문을 통과해 침실까지 들어왔다. “후우...” 발코니에 서 코끝을 시리게 하는 차갑고 투명한 공기를 들이마시던 리리아는 등 뒤에서 느껴진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제 어깨에는 굵은 실로 짠 두터운 숄...
“엘마!” “예, 각하. 무슨 일이십..에구머니나!” “성밖에서 떨고 있었어. 따뜻한 잠자리와 마른 옷을 준비해줘. 몸을 녹일 수 있는 수프도.” “아이고, 세상에나..! 이게 다 무슨 일이래요?” “할스가 손님방에 가 있을 거야. 벽난로에 불도 지피라고 전해줘.” “아이고, 알겠습니다! 일단 얼른 눕히세요!” 헤스턴 성으로 돌아온 디어노레인은 답지 않게...
제국력 330년, 12월. 몬스터 크러쉬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열두 개의 달을 둘로 나누면 총 6개월. 1년의 반이 몬스터 크러쉬 시즌이었다. “뜨거운 물을 부어!!” “거기! 석궁 더 가져와!!” 여기저기서 비명과 다급한 목소리들이 오갔다. 화살과 바위, 펄펄 끓는 물이 비처럼 쏟아지는 공성. 그 아수라장 사이를 가로질러 온 남자가 성벽을 오르는 ...
“좋은 여행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여주는 바로 제주도로 떠났다. 제주도는 여주의 어린 시절, 꼭 가고 싶은 곳으로 기억되어있는 곳이었다. 여주는 커다란 캐리어를 부친 뒤에, 지정된 비행기 좌석에 앉으며 조용히 눈을 감아냈다. 고요하고 평온하다. 제 인생에 있어 이렇게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할 때가 있었던가. 카톡! 순영이 - 누나 내 걱정 말고...
“폭행을 하신 이유가 뭐죠? 상대방은 전치 14주가 나왔습니다. 타당한 이유가 없다면 합의하시지 않는 이상 소송이 걸릴 텐데-” “호시 씨! 호시 씨, 잠깐 여기 좀..!” 웅- , 웅- , 소리가 울린다. 분명 많은 말들이 오가는 것 같은데. “...윽.” 아무것도 들리지가 않아. “누나.” 헉..혼란을 비집고 들어온 차분한 목소리에 잠에서 깬 ...
“누나! 나랑 놀자!” “그래, 그래.” 이젠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어린 시절 기억. 통통한 두 뺨을 발그레하게 붉히고선 매일 같이 집 앞 놀이터에 앉아있는 저를 찾아왔던 동생과 동갑내기인 꼬마. “누나! 나 다 크면 누나랑 결혼할래!” “뭐? 풋..” “아, 왜 웃어! 난 누나랑 결혼할 거야! 두고봐, 반드시 누나의 가족이 될 거라구!” 결혼하자고,...
꿈꾸는 일은 즐겁다. 얼렁뚱땅 굴러가는 글방 주인장 & 초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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